이번 주 스마트글래스 커뮤니티에는 만드는 쪽 이야기가 많이 올라왔습니다. 배터리를 뺐다 끼우게 설계했다는 중국발 시제품, 골판지와 마스킹테이프로 조립한 청각보조 안경, 실제 마트에서 돌려본 결제 앱 데모, 그리고 개발자에게 시스템 서명 권한까지 열어준다는 AR 안경. 여기에 화창베이 현장 리포트가 겹치면서, 이 바닥의 경쟁축이 “누가 더 좋은 스펙을 냈나”보다 “누가 더 빨리, 더 열어놓고 만드나”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인상을 줍니다. 그 흐름에 현실 감각을 얹어주는 실사용 리뷰 한 편도 함께 실었습니다.
① 중국 선전의 스마트글래스 매대가 1년 만에 확 늘었습니다
선전 화창베이를 돌아본 작성자가 XR 아이웨어를 파는 매대가 작년보다 눈에 띄게 늘었고, 이제는 저가 카메라 안경뿐 아니라 주요 브랜드 제품이 함께 깔려 있었습니다.

“In fact, district-wide Smart Glasses sales were up 100% year-over-year during the first seven months of 2026.”
“실제로 2026년 1~7월 이 지역 전체의 스마트글래스 판매는 전년 대비 100% 늘었습니다.”
주목할 부분
화창베이는 단순한 전자상가가 아니라 시제품 제작·부품 조달·조립이 반경 몇 블록 안에서 끝나는 공급망 그 자체입니다. 이번 주에 올라온 정체불명의 중국산 AI 안경들(아래 ②번 항목 같은)이 어디서 어떻게 나오는지 이해하려면 이 글이 배경 지식이 됩니다.
작성자는 한 매장에서 Qwen, RayNeo, XREAL, INMO, iFlytek, Rokid 등의 제품이 나란히 진열돼 있었다고 적었고, 온라인 판매 기준 브랜드 점유율(RUNTO 집계 인용)에서 RayNeo 18.9%, Rokid 16.7%, 알리바바의 Qwen 8.6% 순이었다고 소개했습니다. 다만 판매량·점유율 수치는 작성자가 인용한 조사기관 자료이고, 원 자료를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서 읽는 편이 좋습니다.
국내와 비교하면 대비가 선명합니다. 국내 소비자 대부분은 직구나 총판을 통해 중국 제품을 접합니다. 작성자가 언급한 중국의 15% 소비 보조금(최대 500위안)처럼 수요를 밀어올리는 정책도 없습니다.
② 배터리를 뺐다 끼우는 AI 안경 : 아직 파는 곳은 없습니다
충전 케이블을 꽂는 대신 배터리 모듈을 갈아 끼워 하루를 버티게 하겠다는 ‘AG05’라는 이름의 AI 안경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Unlike traditional all-in-one smart glasses that must be plugged in to charge, the AG05 features a clever modular design allowing users to quickly swap out the battery for continuous, all-day use.”
“충전을 위해 반드시 케이블을 연결해야 하는 기존 일체형 스마트글래스와 달리, AG05는 배터리를 빠르게 교체해 하루 종일 끊김 없이 쓸 수 있는 모듈형 설계를 택했습니다.”
주목할 부분
스마트글래스의 가장 큰 실사용 제약은 늘 배터리였습니다. 안경다리 안에 넣을 수 있는 셀 크기가 정해져 있어서, 무게를 줄이면 사용 시간이 줄고 사용 시간을 늘리면 코와 귀가 아파집니다. 교체형 배터리는 이 딜레마를 “충전 대신 교체”로 우회하려는 접근이고, 실제로 EU 배터리 규정(2023/1542)이 2027년부터 휴대용 기기의 사용자 교체 가능 배터리를 의무화하는 흐름과도 맞물립니다.
즉 이 설계는 단순한 아이디어 상품이 아니라, 규제 방향과 같은 쪽을 보고 있는 셈입니다. 다만 지금 단계에서 확실한 건 거의 없습니다. 브랜드 정체가 분명하지 않고, 무게·용량·교체 시 절전 유지 여부 같은 핵심 정보도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구매 가능하냐는 댓글 질문에 작성자는 아직 어떤 이커머스 플랫폼에도 올라와 있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화이트라벨 제품이 대량으로 도는 화창베이 생태계(①번 항목)를 감안하면, 제품이라기보다 설계 방향을 보여주는 시연물로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국내 유통 시에는 배터리 KC 안전확인과 전파인증이 따로 필요하다는 점도 참고할 만합니다.
③ 0.7mm 탄화규소 도파관, 그리고 “이례적으로 열린” 개발자 접근권
49g 무게에 풀컬러 AR을 넣은 Nimbo X1 개봉기입니다. 단일층 SiC 도파관과 시스템 레벨까지 열어놓은 개발자 접근권이 핵심이라는 것이 작성자의 평가입니다.

“Instead of an RGB stacked glass waveguide, Nimbo is using a single-layer SiC waveguide that’s 0.7mm thick.”
“RGB 적층 유리 도파관 대신, Nimbo는 두께 0.7mm의 단일층 SiC 도파관을 쓰고 있습니다.”
주목할 부분
탄화규소(SiC)는 굴절률이 높아 한 겹으로도 풀컬러를 통과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RGB 세 겹을 쌓을 때 생기는 두께와 무지개빛 번짐(레인보우 아티팩트)을 피할 수 있는데, 메타가 프로토타입 ‘오라이온’에 SiC를 쓰면서 업계 관심이 크게 늘어난 소재입니다.
문제는 가격과 수율이라 지금까지 실제 양산 제품에 들어간 사례가 드물었고, 그래서 이 안경이 정말 양산에 들어간다면 그 자체가 소재 관점의 사건입니다. 국내에도 SiC 웨이퍼를 다루는 기업이 있는 만큼 부품·소재 쪽에서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스펙은 눈이 아니라 손이 결정합니다. 해상도는 눈당 640×480, 시야각 30도, 기본 3DOF 트래킹, 배터리 310mAh에 혼합 사용 시 약 16시간(연속 영상은 1시간 남짓)이라는 것이 작성자의 측정·전언입니다. 즉 몰입형이 아니라 알림·내비게이션·번역용 HUD에 가깝습니다.
읽을 때 감안할 점도 있습니다. 작성자는 직접 요청해 제품을 받아 리뷰했다고 밝혔고, 댓글에는 글이 AI로 작성된 것 같다는 지적도 달렸습니다. 제조사 AMA가 예고돼 있으니 광학·SDK 관련 검증은 그때 이뤄질 가능성이 큽니다.
④ 실제 마트에서 돌린 AI 안경 결제 앱 : 바코드도, CCTV도 없이
개발자가 직접 만든 결제 앱을 실제 마트에서 돌려본 영상입니다. 상품을 집어 드는 동작만으로 장바구니에 담기는 것이 시연의 핵심입니다.
“The glasses recognize products as I pick them up and automatically add them to a virtual cart. No barcode scanning, no ceiling cameras, and no major store retrofit.”
“제가 상품을 집어 들면 안경이 그것을 인식해 가상 장바구니에 자동으로 담습니다. 바코드 스캔도, CCTV도, 매장 개조도 필요 없습니다.”
주목할 부분
무인 매장은 그동안 매장 쪽에 카메라와 센서를 다는 방식이었습니다. 아마존 고(Amazon GO)가 대표적인데, 매장 개조 비용이 커서 확산이 더뎠습니다. 이 데모는 그 인식 부담을 고객이 쓴 안경으로 옮기는 발상이라 방향이 반대입니다.
매장 입장에서는 설비 투자가 거의 없다는 점이 매력이지만, 대신 카메라를 쓴 사람이 매장 안의 다른 손님까지 찍게 된다는 문제가 남습니다. 댓글에서도 이 지점이 바로 파고들었습니다. 처리를 기기에서 하느냐 서버로 보내느냐는 질문에 작성자는 온디바이스 버전과 클라우드 버전 두 가지가 있고 시연은 클라우드 쪽이라고 답했는데, 질문자는 매장 내 통신 문제와 아동 촬영·생체정보 관련 규제를 이유로 온디바이스를 권했습니다.
작성자는 클라우드 버전이 무상태(stateless) 설계로 이미지가 저장되거나 계정에 묶이지 않는다고 설명하면서도, 결국 처리를 기기 쪽으로 밀어야 한다는 데는 동의했습니다.
반대 의견도 있었습니다. 정확도 면에서 바코드 스캔을 함께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에 작성자는 움직이면서 쓰는 안경 특성상 바코드는 영상이 너무 흔들린다고 반박했습니다. 국내에 적용한다면 개인정보보호법상 영상정보 수집 고지 문제가 먼저 걸릴 사안입니다.
⑤ 골판지와 마스킹테이프로 만든 청각보조 안경 시제품
마이크 5개를 배열하고 착탈식 리시버 2개를 붙인 청각보조 안경의 초기 검증용 지그(jig) 사진 한 장이 올라왔습니다. 케이스는 골판지와 마스킹테이프입니다.

“Bring-up jig for hearing-assist smart glasses : 5-mic array, dual detachable receivers, cardboard and masking tape”
“청각보조 스마트안경용 초기 구동 지그 : 5-마이크 어레이, 착탈식 리시버 2개, 골판지와 마스킹테이프”
주목할 부분
사진 한 장에 설명도 거의 없는 글이지만, 이번 주 항목 중 기술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축에 듭니다. 마이크를 여러 개 배열해 소리가 도달하는 시간차로 방향을 계산하고 원하는 방향만 증폭하는 빔포밍은 현대 보청기의 핵심 기술인데, 안경테는 귀 사이 거리만큼 마이크를 넓게 벌릴 수 있어서 귓속형 보청기보다 방향 분리에 유리한 구조입니다.
시끄러운 식당에서 앞사람 목소리만 키우는, 이른바 칵테일파티 문제에 안경 폼팩터가 유리하다는 이야기는 오래 나왔고, 이 지그는 그 가설을 개인이 직접 검증해 보는 단계로 읽힙니다. 다만 제품이 아니라 배선 확인용 목업이라는 점은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 맥락에서 짚을 부분은 규제입니다. 미국은 2022년 FDA가 경도·중등도 난청용 OTC(비처방) 보청기 판매를 허용해 이런 실험이 제품으로 이어질 통로가 열려 있지만, 국내에서 보청기는 의료기기로 분류돼 허가와 판매업 신고가 필요하고 OTC 범주 자체가 없습니다. 같은 하드웨어라도 “보청기”라고 부르는 순간 넘어야 할 문턱이 달라집니다.
⑥ Viture Pro 2 하루 사용기 : “모니터 대체는 몇 세대 더”
첫 스마트글래스로 Viture Pro 2를 산 사용자가 하루 써 보고 남긴 긴 후기입니다. 영상 감상은 만족스럽지만 업무용으로는 아직 무리라는 결론입니다.
“For the price they were better than expected but if you’re serious about using smart glasses as a replacement for your monitor you will have to wait for a few generations at least.”
“가격을 생각하면 기대 이상이었지만, 스마트글래스로 모니터를 대체할 생각이라면 최소 몇 세대는 더 기다려야 합니다.”
주목할 부분
앞의 다섯 항목이 “만드는 이야기”였다면 이 글은 “쓰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온도차를 재는 데 유용합니다.
작성자가 짚은 한계는 스펙표에 잘 안 드러나는 것들입니다. 화면 중앙에서 벗어나면 흰 글자 주변으로 색이 번져 텍스트 가독성이 떨어지고, 앱을 오갈 때 연결이 끊기며, 3D 모드는 두어 시간 쓰니 눈이 피로해졌다는 식입니다. 4~5시간 연속 착용에서 가장 불편했던 건 무게가 아니라 코받침이었다는 대목도 실사용기다운 관찰입니다.
국내 독자에게 특히 중요한 건 도수와 동공 간 거리(IPD) 범위입니다. 작성자는 IPD 70mm로 지원 범위(56.5~71.5mm) 상단에 겨우 걸쳤고, 시력도 -3.0D/-5.0D로 다이얼 조절 범위(0~-5.0D) 끝에 걸렸다고 적었습니다.
근시 비율이 높은 국내에서는 이 범위를 벗어나 별도 도수 렌즈가 필요한 경우가 적지 않을 텐데, 온라인으로 사면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하루 사용한 개인의 감상이고 맥북 환경 기준이라는 점은 감안해서 읽어야 합니다.
마무리
이번 주 커뮤니티를 관통한 건 완성도가 아니라 속도와 개방성이었습니다. 중국 선진에서 며칠 만에 시제품이 나오고, 개인이 골판지로 마이크 배열을 검증하고, 제조사가 시스템 서명 권한까지 열어주는 흐름 속에서, 정작 실사용 후기는 “몇 세대는 더 기다리라”고 말합니다.
이 간극이 좁혀지는 속도가 앞으로 1~2년의 관전 포인트일 겁니다. 다음 주에는 Nimbo가 예고한 개발팀 AMA에서 SiC 도파관의 수율과 SDK 개방 범위에 대해 어떤 답이 나오는지 지켜보려 합니다.